어느 새 봄이 왔다. 겨울에 입던 포근한 패딩과 스웨터 재질의 옷은 잘 개어서 겨울 옷 박스에 넣어두고 화사한 원피스와 하늘하늘한 치마를 찾아서 눈에 잘 보이는 옷장 한 켠에 걸어두었다. 어디 갈 곳은 없지만 그래도 계절에 맞추어서 옷장 정리를 한번 하면 기분이 좋다. 기분 좋게 시작한 2월. 유난히도 바쁘게 느껴졌던 달이었다. 지난 주 하늘이 참 예뻤다고 하는데 나는 작은 방에 종일 앉아서 (햇빛은 피부에 해롭다고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렸다…) 미뤄 둔 온라인 수업을 듣느라 여유롭게 하늘을 본 기억이 없더라. 그래, 이번 주말에는 어디든 나가서 머리를 식혀줘야겠다.
주말이니 바닷가에 가거나 근교 드라이브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새로운 동네를 하나 정해 목적지 없이 걸으면서 집 구경을 하는게 더 좋다. 지나가다가 눈에 띄는 건축 양식이나 재밌는 포스터를 붙여 둔 주택이 보이면 사진도 찍고, 새로운 빵집을 발견하면 크로와상을 파나 눈여겨 보고 따뜻한 라떼도 하나 주문하고… 그런 도시의 여유가 좋다. 한국의 고층 아파트, 빌딩숲에 익숙한 내 눈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산뜻한 컬러의 페인트로 눈을 사로잡는, 제각각 개성을 유지하고 있는 집들을 보면 늘 새롭다. 중간에 집 주인이 바뀌면서 리모델링이 진행되어도 외관은 크게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이 꽤 까다롭기도 하며 (집의 외관이 바뀌게 되면 별도 퍼밋을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 주택가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일관성있게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는 걸까. 어쩌면 $비용도 무시하지 못할 듯. 어떤 이유든 오래 된 것은 모두 허물고 탈바꿈 하는 게 아니라, 이전 양식의 모습이 유지되는 게 참 좋다. 그게 이 도시의 매력인 듯.
좋아하는 사진 작가 두분. @yyykim 와 @sf.beforethesunset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더 많은 사진이 있다.

이 동네 부근에는 빅토리안 건축 양식의 집들이 많다. 유지보수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골드로 강조한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






우와! 집들 정말 예쁘네요!! 주택가도 진짜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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