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첫번째 챌린지는 명상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물을 한 잔 마시고 거실에 나와 요가매트를 펼치고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휴대폰 알림과 외부 뉴스를 접하기 전에 내 마음 속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는 암흑 속에 있는 듯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괜히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상 101이라도 배워야 하나…’ 그러다가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교수가 쓴 책 <정적> 을 읽고 문득 깨달았다. 명상에 정석이 있는게 아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하루 10분, 나를 다스리는 짧고 깊은 생각.
"하루라는 시간을 장악하기 위한 사색. 그리고 사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나침반인 의도는 하루를 가치있게 만든다. 라틴어로 시간을 뜻하는 단어 두개가 있다. 아이타스(aetas)와 템푸스(tempus)다. 아이타스는 양적이며 객관적인 시간으로 시계와 달력이 알려주는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아이타스 안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사색할 여유가 없다. 그는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탐닉하며 소일한다. 템푸는 아이타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시간이다. (생략) 템푸스 안에서 사는 사람은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가 되는 현재가 되는 '지금'을 산다. 오늘은 내가 간직한 의도를 펼칠 절호의 기회다. " - <정적> 의도, 내 마음의 지도 (58-59쪽)
사실 1월 달은 개인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대학원 추가 지원 데드라인이 1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연이어 있었고 3월 중에 있을 샌디에고 이사 준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임대리스팅 padmapper 플랫폼에 올려서 세입자를 찾는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분주했다. 그 중 고요한 아침의 시간 모닝루틴은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짧은 명상이 끝나면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하루 30분 책을 읽기로 했다. 반자동적인 모닝루틴을 만들기 위해 2021년 새해 시작을 명상과 책읽기를 하기로 정했다.
1월 리딩리스트 : 몰입, 정적, 뽑히는 글쓰기, 기억, 청춘의 독서, Flow, 디즈니웨이
설레는 아침을 위해 준비한 것: 읽고 싶은 책 리스트. 새로운 커피빈. (이번달 커피: 스웨덴 Göteborg의 한 까페에서 로스팅 된 Morgan Coffee). 크로와상 생지 (뉴저지의 한 가게에서 주문했다. 오븐에서 갓 구워진 크로와상 버터향이 거실 전체에 퍼질 때의 행복한 기분…☺️)


뭐가 달라졌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명상 새내기 수련자로써 한 시간씩 명상을 한다거나 수년간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깨달음이 있을 지 궁금하다. 다만 개인적인 변화가 있다면 아침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오늘 뭐부터 하지’ 라는 고민 대신 아침 새벽 묵상을 통해서 ‘오늘 내가 의도하는 하루를 잘 보내보자’ 라는 나만의 든든함이 생긴다. 마음의 지도, 의도(意图).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모르게 보내는 하루, 한 달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하루로 시작한 1월. 새해 시작으로 명상 도전이 나에게는 큰 의지가 되었다.
2월 달 챌린지는 ‘파이썬(python)’ 새벽 코딩 도전이다. 하루 30분~1시간, 나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코딩’을 30일 간 도전해보기로 한다. 지난 3년간 늘 새해 목표로 정해두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코딩 도전. 올해 멤버들과 같이 진행하는 #원더챌린지를 통해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코딩 중도포기가 아닌, 배움과 결과물이 있길 바래본다! 🙂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알고 있다. 매일 그곳에 가기 위한 최적의 길을 발굴해 묵묵히 걸어간다. 그 여정은 깊은 묵상을 수련하는 자에게 수여되는 선물이다. (생략) 의도는 목적지를 향해 걷는 수행자의 내공이다. 평온한 사람은 마음 속 깊이 은밀하게 의도한 것들을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배철현 <정적>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