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 유전자 (HUSTLE GENE)
실리콘밸리에 와서 배운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허슬’ (Hustle). ‘바쁘게 허둥대는’ 사전적으로는 ‘사기를 치다, 재촉하다’ 등의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랩퍼들 사이에서 불법이든 합법이든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하며 음악을 하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 단어가 어쩌다 긍정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전 세계 허슬러들이 모인 커뮤니티’ 실리콘 밸리. 항상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이 곳에서 10년 차 엔지니어인 남편은 ‘허슬 유전자(Hustle gene)’라는 게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첫 1년 차에 받았던 인상은 강렬했다. 남편의 이전 룸메이트 초대로 스타트업 그룹 모임에 종종 참석했는데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주제 중 하나가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직접 만든 어플 하나 정도는 당연히 있다는 듯 폰을 꺼내어 보여줬고 요즘 마케팅 트렌드는 어떻더라, 최근 선보인 프로토타입의 반응이 어떤 지 신나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에 놀란 적이 있다. 게다가 그렇게 시간을 쏟은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서 배운 점을 부지런하게도 개인 블로그에 정리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직장인으로 어떻게 저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감당하지?” 라고 물었더니 남편이 얘기한다.
“That’s Hustle. you just do it.” 💪🏻

저기, 초면인데… (We haven’t met yet, but)
실리콘밸리에서 받은 또 다른 인상은 초면인 사람들에게도 커피챗을 요청하는 오픈 된 문화다. 스타트업 문화가 자리잡아서일까? 종종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또 그 만남이 새로운 기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브릿지만 있다면 먼저 연락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해 적극적이다.
작년에 다운타운 호텔에서 개최된 ‘QS MBA World Tour’를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때 옆자리에 앉아서 세션을 듣던 인도인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만난 게 인연이 되어 다음 번에는 자신이 근무하는 세일즈포스 오피스로 나를 초청하여 투어까지 해주었다. 외부 이벤트에서 한번 만난 것 외에는 연결고리가 없는데 나한테 흔쾌히 회사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초대하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 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자신이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왜 회계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비즈니스 스쿨에 가고 싶은지 자신에 대해 유창하게 소개하고는 경영대를 졸업하고 나서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미래 비즈니스 아이디어 (비밀이라며 TMI..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에 대해 설명하며 ‘난 이게 가능성이 있다고 봐!’ 하며 신나했다.
‘이 곳 사람들은 참 하고 싶은 게 많구나!’

이후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한번은 금융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갔다가 같은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게 된 아르마니 사람과 만나 짧은 시간 안에 이민 이야기와 커리어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항공업계에 투자하는 투자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공통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한시간 얘기를 나누고 나면 이 사람에 대해 적지 않은 부분을 알게 된다.) 어떤 날은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나를 봐왔다며 까페에서 먼저 인사를 건넨 도서관 직원도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미드 <실리콘밸리>를 재밌게 봤는데 지난 4년 간 이곳에서 지내면서 겪었던 일들, SF MoMa 박물관에서 있었던 애플 연말파티,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홈파티, 각종 컨퍼런스에서 만났던 사람들 등을 떠올려 보니 미드와 사뭇 비슷해서 그 동안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개를 받아 짧은 기간동안 버클리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입주 한 스타트업 업무를 도운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엄청난 빠른 업무 페이스에 놀란 적이 있다. 조인하고 첫째 주부터 회사 프리젠테이션 소개 자료를 전달 받고 프로그램 멘토로 있던 VC 와 엔젤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회사를 소개하는 일이었는데, 나는 당시 ‘회사 기술에 대해서 아직 디테일하게 이해를 못했는데 회사를 대표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며 전전긍긍한 적이 있다. 이후 몇 번의 미팅을 참석하고 난 뒤 그게 도움이 되는 걱정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굳이 (기술적 이해, 비전공자..) 약점에 대해 걱정을 하기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서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어필 할 지 그리고 바쁘게 돌아가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건 ‘허슬’ 뿐. 스타트업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 해 볼 수 있어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초면에 만난 분이 ‘3분 피칭’을 요구했을 때 얼마나 긴장했던 지….
이 글의 마무리는 즐겨읽는 뉴스레터 <the hustle> 링크를 덧붙여 마무리한다. 더 허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미디어 회사다. 밀레니얼들을 위한, 직설적이며 위트있는 표현법으로 테크와 비즈니스 트렌딩 뉴스를 정리하여 매일 아침 이메일로 보내준다. 친구와 두 명이서 (창업자 둘은 에어비엔비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관계로 만났다고 한다) 시작한 이메일 뉴스레터가 현재는 매일 아침 백만명에게 전달되고 있다. 에디터가 다루는 독특한 소재나 인터뷰 방식, 짧지만 엑기스만 모은 트렌디한 그의 뉴스레터를 받으면 바로 구독하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이야, 글만 읽어도 치열하고 에너지 넘치는 그곳 분위기가 상상이 되네요! 나와는 참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렇게 사니까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내게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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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참 느낌이 다른것 같아~
같은 켈리포니아지만 샌디에고와 샌프란시스코는 진짜 다른것 같아 🙂
뭔가 샌프란은 도전하고 깨지는 것에 대해 무서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도시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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