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제일 처음 허니베어를 발견했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 애쉬배리 옆 동네 Cole Valley 였다. 수 개월의 락다운 기간 끝에 상점이 하나씩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야외로 나오기 시작 할 즈음. 즐겨가던 베이커리 근처 주택가 현관문에 거대한 허니베어 두 쌍이 붙어져있는게 아닌가. 한 손에 와인을 들고 있는 베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베어, 아보카도 무늬를 한 아보카도 베어까지. 친숙한 허니베어 모습이지만 저마다 다른 주제를 모티브로 한 귀여운 허니베어를 보면서 아이폰의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이 허니베어를 구하는게 꽤나 어렵다는 점.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벽화 아티스트 핀치 (fnnch) 의 자선기금 프로젝트로 시작한 ‘허니베어 헌트키트 (Honey Bear Hunt Kit)’ 는 새로운 제품이 올라올 때마다 빠른 속도로 매진되어서 이베이에서 몇 배 더 부풀린 가격에 재거래 되기도 한다. 22인치 합판에 스프레이 페인트칠을 한 원본 에디션 버전은 수십 만원에서 백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팬데믹 기간동안 대중이 더 쉽게 아트를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한 키트를 제작하고 그렇게 모인 판매금은 기부금으로 사용돼었다. 현재까지 판매 된 키트 금액만 수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커뮤니티에 끼친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 내 관심을 끈 것은 fnnch 가 원더우먼을 모티브로 한 스페셜 에디션 작품을 이베이에서 공개 입찰을 한다고 인스타그램에 알린 것. 홀린 듯 링크를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었다. fnnch 팬심에 나도 참여해볼까 했지만 남편이 넌지시 얘기한다. ‘너를 사랑하지만 말야…’ 최종적으로 이 귀여운 허니베어는 4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어 누군가의 품으로 가게 되었다.
핀치의 허니베어 시리즈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뭘까? 남녀노소 대중들이 잘 아는 허니베어 캐릭터에 디테일을 살려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때에 맞추어 대중에게 메세지를 던진다. 예를 들면, ‘흑인들의 생명은 소중하다’ 문자가 프린트 된 옷을 입고있는 베어, 선거 기간에 배포한 vote 베어를 통해서 미국 전역에 메세지를 전했다.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 한 표를 통해서 사회를 바꿔보자고. 백 마디 말보다 이미지 한 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허니베어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행복의 상징(the universal symbol of happiness)이라 생각한다고 영감이 된 소재를 설명했다.

도시 곳곳에 그려진 허니베어 벽화를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로컬 까페와 레스토랑 벽, 높은 건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한 동안 그림을 유지하다가 다시 무미건조한 단색 페인트칠로 지운 자국들을 종종 발견한다. 건물주가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 그려진 스트리트 아트였는지는 모르나 그렇기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팝 아트처럼 거리에서 새로운 작품을 보면 더욱 반갑다.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록 그의 따뜻한 마음에도 정이 간다. 티셔츠와 같은 굿즈 제품 판매의 일부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St. Anthony’s 와 협업하여 티셔츠를 완판했다.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제품은 ‘솔드아웃’으로 항상 완판이다. 아티스트는 작품의 희소성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동시에 개인의 영향력을 통해 사회에 임팩트를 주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방식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이 아닌가 싶다. 참, 그리고 작가의 이력도 특이하다. 미술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스탠포드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예술은 취미로 시작했다는 것.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허니베어 이전 옥외전시와 벽화 시리즈를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다음 시리즈가 벌써 궁금해진다.
작가 홈페이지: https://fn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