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깅을 시작했다. 글로벌 팬데믹 확산 전, 연초에 ‘올해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야지!’ 하고 불타올랐던 의지는 SF 마라톤 행사가 취소 된 이후로 금방 사그라졌고 6개월 넘게 집에만 있다보니 체력도 저하 된 것 같았다. 반면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남편은 아침에 눈만 뜨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문앞을 나섰다. 하루의 한 시간을 나보다 일찍 시작한 크리스는 운동을 다녀온 후 항상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아침 운동이 그렇게 좋나?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며 반신반의로 올 해가 가기 전에 30일 조깅 챌린지를 시작했다.
목표는 하루 3km,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30일간 100km 를 달리는게 목표다. 100킬로미터를 채우려면 주말에 조금씩 더 뛰기로 한다. 작년까지는 주말에 이따금 나가서 뛰기는 했지만 아직 매일 같이 조깅을 해본 적은 없다.
챌린지 시작하기
챌린지를 시작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을 공유하고 같이 으쌰으쌰 해 줄 챌린지 파트너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차파리타lee 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흔쾌히 같이 하자고 응해주어 각자 달리기와 요가를 하면서 (올 한해 긴 락다운으로 인해 찌뿌둥한) 내 몸의 신체리듬을 찾는 첫 챌린지를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첫 주에 서로 ‘챌린지 클리어!’ 라고 메세지를 보내는 작은 의식 하나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동기부여가 됐다. 시작이 흐지부지하면 한 달간 꾸준히 하는 건 더 힘들다. 첫 몇일간은 데일리 업데이트, 이후에는 매 주 진행 과정을 공유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10일 정도 되자 아침운동은 영 내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을 나서며 아침 찬 공기를 마시는 그 시간이 점점 기다려졌다.
하루 한 줄, 조깅 일지쓰기
또 한가지 습관은 한 줄 일지를 쓰면서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을 기록하는 것이다. 4일 차에는 ‘목이랑 허리가 아프다. 근육통인가.’ 6일 차 ‘하루 쉬고 싶다. 그래도 오늘 뛰지 않으면 내일 두배로 뛰어야하니까..’ 하면서 꾸역꾸역 그날의 뛴 거리를 기록해두었다. ‘다녀오니 머리가 상쾌하다! 역시 조깅은 아침에 해야돼’ 하는 혼잣말들도 있다. 이 한페이지를 조금씩 채워나가는 흔적을 보면서 꾸준히 하고 있다. 3주차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는데 잠시 비가 멈춘 틈을 이용해서 뛰었다.

Co-Do & NIKE APP 한달의 과정보기
재작년 유그룹 컨퍼런스에서 Co-Do 앱 창업자 김희선 님의 발표를 들은적이 있는데 그룹 챌린지에 최적화라는 생각이 들어 앱을 찾아봤다. 처음 든 생각은 ‘기록하는 툴이 하나 더 늘면 생산성도 떨어지고 오히려 일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일주일 써보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정말 간단하다. 그날의 일정 to-do list 에서 체크박스를 클릭만 하면 된다. 게다가 체크박스를 터치할 때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 듯한 사운드도 지원되어서 은근 중독성이 있다. Success Tracking 탭에서 한 달의 결과도 볼 수 있다. 모닝 루틴 앱 중에 유료버전이 꽤 있는 데 이건 무료로 사용가능하다.


일일 달리기 기록은 Nike Run Club 앱을 사용했다. 달리기 기록과 그날의 운동 루트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앱 유저들과 장거리 챌린지도 할 수 있다. 50K/100K 챌린지에 등록해서 (Top 30~40% 안에 들수 있도록 유지했다) 달리기를 하루 쉬고 싶은 날에도 일단 집 밖으로 나가려고 애썼다.
30일 간 달리기를 하면서 느낀 점:
- 운동은 벼락치기가 힘들다. 오늘 안 뛰면 내일 두 배로 뛰어야 한 다는 생각에 미루지않고 꾸준히 했다.
- 결과와 과정이 한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록을 남길 때에는 어플의 힘을 빌려보자.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 ‘오후 시간대에나 저녁에 일 끝나고 해야지’ 한 날에는 잊어버리거나 저녁에 나갈 의지가 약해졌다. 정해둔 시간대에 규칙적으로 하다보면 아침에 반자동적으로 움직인다. 전날 운동복과 준비물을 꺼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매력적으로 만들기. 듣고 싶은 팟캐스트 20~30분 에피소드를 미리 준비해두고 조깅과 팟캐스트 두가지의 습관을 묶었다.
- 아침 운동이 끝나고 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겨서 아침 루틴의 생산성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다음 할 일의 체계가 잡혀나간다. 하나의 행동이 trigger (방아쇠)가 되어 연쇄적인 루틴을 만드는 점을 실감함.
- 달리고 나면 허기가 진다. 아침을 챙겨먹는 습관도 덤으로 얻었다.
- 결론: 사소한 성과들의 총합. 처음부터 100km 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막막했다. 일주일 하고 이정도면 됐지하며 자기합리화도 하려고 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어쩌지, 마스크 쓰고 뛰는 게 불편한데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최종목표 보다는 꾸준히 일일 목표량에 집중했다. 하루에 무리하게 뛰지 않는 것이 장기전에 도움이 된다.
- 마지막 주 하루는 14km (1시간 30분) 장거리를 달렸는데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 동안 다져온 체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기회.
- 나에게 작은 보상을 주자. 주말에는 남편과 달리기 이후 까페에 가는 리츄얼을 만들었고 챌린지가 끝나는 시점에는 나에게 새 운동화를 선물했다. 보상 시스템이 있으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목표는 우리가 얻어내고자 하는 결과이며 시스템은 그 결과로 이끄는 과정이다. 진짜로 해야 할 일은 결과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좋아하면 ‘이제 행복해져도 돼’라고 말할 시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과정에 전념하는 것이 발전을 결정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中
이번 달 챌린지가 끝났다. 다음 달부터는 #원더우먼 멤버들과 월간 챌린지를 시작 할 생각이다. 지인, 가족, 혹은 이 글을 보는 분들 누구든 #wanderchallenge 에 동참하시고 싶으시다면 SNS 해쉬태그를 걸어 알려주세요 🙂
오오~!! 매일 뛰는거 절대 쉽지 않은데.. 대단해에~! 조깅과 다른 습관을 하나로 묶어서 조깅의 매력을 높이는거, 매일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함께 하는거, 보상 시스템으로 동기부여하는거, 그리고 일단 집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거 등등 좋은 팁이 가득하네요!
성공적인 첫 챌린지 클리어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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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1월 챌린지 완성한거 축하해!! 🙂 진짜 챌린지 할때 유용한 꿀팁들이 많은것 같아~ 나도 많이 배웠어~12월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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