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생각 (3년차 국제부부 대화)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첫 해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봤다.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으로 진행 된 2시간 남짓한 쇼는 남자와 여자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화를 주제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남녀의 의사소통, 감정의 표출,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 결혼부터 육아까지,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정말 신기하게도 다르게 반응하는 남자와 여자를 보면서, 제 3자의 관점에서 공감하고 웃으며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남자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화성(fix-the-problem Mars)에서 왔다면 여자는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하는 금성(explain-the-problem Venus)에서 왔다고 표현한다. 당시 관중에는 20대부터 80대 노년부부도 참석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코미디쇼에 공감하며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San Francisco off-broadway shows that features men are from the mars, women are from venus

그렇게 결혼을 하고 부부생활을 한 지 3년이 지났다. 남자와 여자, 이공대생과 인문학도, 이성과 감성,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 하물며 살아온 문화와 국적도 다른 남편과 나를 보면서 어쩜 생각하는게 이렇게 다르지? 우리의 뇌의 회로는 어떻게 다른 걸까 가끔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주말 저녁 남편 크리스와 함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 각자 느끼는 문화차이/컬쳐쇼크에 대해 얘기해봤다.

연애와 결혼, 결혼 이후 달라진 점?

(Marie) 연애 때는 모든 걸 같이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말 아침 조깅을 할 때도 각자 선호하는 루트가 있어서 각자 운동하고 끝나면 동네 까페에서 만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모든 활동을 같이 할 필요는 없고 서로 원하는 것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Chris) 나는 소소한 일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할 때는 모든 게 새롭고 설레지만 결혼 생활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천천히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억 다섯 가지를 만들어야 나쁜 기억 하나를 상쇄할 수 있다고 했던 것” 처럼 말이다.

국제 결혼에 대한 생각 차이

(Marie) 나는 국제결혼이 다른 결혼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남녀과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고 모든 결혼이 복잡미묘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문제없는 순조로운 결혼생활이 과연 있을까?

(Chris) 나는 누군가가 국제결혼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출발선부터 다양성을 수용할 줄 알고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연애 대상의 pool 이 커지면 커질 수록 나랑 더 잘 맞는 사람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인구 수에 따른 단순 확률비교지만)

(Marie)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시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말 크다. 나는 우리가 두 사람의 결혼에 더 집중하고 시어머니 문제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

한국 vs 캐나다 문화차이

(Marie) 결혼하고 3개월 이후 카운슬링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엄청 당황스러웠다. 미국에서는 카운슬링이 정말 그렇게 보편적인 건가?

(Chris) 예방 차원에서 제안한 거였다 (직역: “It’s for preventive maintenance”). 우리가 주기적으로 자동차 서비스를 받으러 가는 것도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냐. 그것처럼 경고 불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의 의견 차이를 이해를 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카운슬링을 받는 것을 치욕(stigma)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서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중재의 도움을 받을 뿐이다. 카운슬링을 받는 다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Marie) 나는 비용도 걱정됐다. 보통 한 세션에 $150~$300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조언을 받기 위해 그런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Chris) 결혼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직역: “How much does your marriage worth?”) 행복한 결혼이 주는 가치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

(Marie) 그럼 너가 생각하는 문화차이는 뭐야?

(Chris) 가끔 어떤 이슈를 얘기할 때 나는 노멀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너는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 할 때가 있다. 이게 개인의 차이인지, 국가적으로 문화차이 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노멀(normal)” 의 정의가 참 다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공통점을 많이 발견한다. 생각하는 방식이 참 비슷하다. 예를 들어 피임에 대한 의견을 한국에서 설문조사 한다고 해보자. 아마도 그 대답의 정규 분포는 캐나다보다 더 좁은 그래프를 나타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차이점은 “부모에 대한 경외심”(직역: Supreme obedience to parent)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부분을 부모님과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물며 시어머니 영향도 받는다고 하니 그 점도 엄청 놀랍다.

(Marie) 생각지 못했던 점인데 한국에서는 자라오면서 부모님과 상의하고 해결하는 점이 보편화 되어서 그런 것 같다.

(Chris) 옆에서 봤을 때 한국에서는 가족으로부터 오는 부담/영향(“family pressure or family influence”)이 더 큰 것 같다. 캐나다에서는 “내 갈 길은 각자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고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다음 문제다.

슬기로운 결혼생활, 서로의 행복 무지개 찾기

(Chris) 이렇게 생각해보자. 여자의 행복을 나타내는 무지개와 남자의 행복을 나타내는 무지개를 상상해봐라. 보통 두 무지개가 완벽하게 오버랩 되지는 않는다. 각자 원하는게 다르니까. 만약 목적이 여자의 행복을 최대화 하는 것이라면 (Happy wife, Happy life 처럼, “아내가 행복하면 삶이 행복하다”) 전적으로 여자의 무지개를 따라가면 되지만, 아마 한 쪽은 매우 불행할 지도 모른다. 최대한 서로의 무지개가 중복되는 지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2 Comments

  1. LARA A.

    마리❤️ 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 서로의 “다름”을 이렇게 대화로 풀어나가는게 너무 예쁜거 같아. 그리고 크리스의 ‘두 무지개’ 매타포 진짜 공감. 부부중에 한쪽만 너무 행복하다는건 다른 한쪽이 불행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하더라구. 누군가 이 관계를 위해 희생하고 있을테니깐. 서로의 무지개가 오버랩되지 않아도 그 갭을 사랑과 관심으로 채우면 좋지 않을까. Happy wife and husband, Happ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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