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카운슬링] 우리 안의 코끼리를 찾아서

지난 포스트 [응? 결혼도 하기 전에 카운슬링?] 에서는 어떻게 우리 커플이 결혼 전에 카운슬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번에는 카운슬링의 진행 내용과 함께 느낀 점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 해보겠다.

첫번째 부부 상담을 위해 개인 정보 작성과 서명을 해야 한다.
카운슬링을 하기전에 개인 정보와 함께 어떤 것에 대해 카운슬링을 할것인지 간단하게 적는다.

우리는 올해 3월부터 매주 한번씩 1.5-2시간 정도, 약 두달 동안 총 6번의 카운슬링을 했다. 나는 영어가 편한건 아니지만 한국어보단 영어가 더 편한 마우이를 위해 모든 카운슬링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실은, 만약 이곳이 한국이었다면 당연 한국어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카운슬링을 하기전 우리는 미리 온라인으로 SYMBIS (Saving Your Marriage Before Starts) 라는 설문조사를 했고 이것을 토대로 매주 카운슬러는 상담을 진행했다.

코로나 시대의 예비 부부 ‘카운슬링’

첫 미팅은 캘리포니아 락다운 (lockdown) 바로 직전에 하게 되어 운 좋게 직접 카운슬러와 오피스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번째 미팅부터는 영상 통화로 집에서 카운슬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첫 미팅을 직접 카운슬러와 대면하여 2시간 정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기에 그 후로 더 신뢰가 가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직접 얼굴을 볼수 있는 영상통화라고 하지만 딱딱한 스크린을 통해 낯선 카운슬러에게 우리의 속 이야기를 처음부터 터놓기란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첫번째 카운슬링 시간엔 주로 우리의 어린시절 부터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 (Life Trajectory) 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고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지만 친절한 카운슬러와 카운슬링 오피스만의 특유하고 포근한 분위기, 그리고 따듯한 커피는 우리의 긴장됐던 마음을 녹여주었다. 솔직히, 사귀는 동안 서로 궁금한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굳이 이런 상담이 필요 할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느낌적 느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모두 마음 한켠에 잘 드러나지 않는 코끼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 마음 속 한켠에 잘 드러내지 않는 ‘코끼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면서 느낀 점은 그냥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 (물론, ‘카운슬링’이라는 이름하에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카운슬러의 질문들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표현하기 힘든 “느낌적 느낌”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사귀면서 그 동안 표현하고 싶어도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스스로가 몰라 체념한 경우가 있다면 카운슬러는 종종 그 느낌에 대해 집요하게 물음표를 던지곤 했다. 또한, 사귀면서 한번쯤 서로가 물었고 답했을 법한 뻔한 질문과 답에 대해서도 카운슬러와 함께 하니 뭔가 결이 다르게 들렸다. 게다가, 제 3자가 함께 있어서 그런지 서로의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더 집중하게 되었다. (1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다)

카운슬링의 내용에 대해서

우리의 6 주 카운슬링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서로의 성향, 결혼에 대한 생각, 재정 문제, 기대감, 사랑에 대한 생각, 의사소통, 성 역할 및 갈등과 해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상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사람마다 화를 내는 트리거( Trigger) 가 다르며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파트너에게 전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머릿속으론 알지만 감정적으로 컨트롤이 되지 않을때가 있는데 그때는 의식적으로 내 안의 코끼리 (트리거 혹은 트라우마)를 잘 다독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우리는 살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유없이 상처를 줄때가 많지 않던가 (하지만 상담에 의하면 “이유없이”가 이유가 없는게 아니었다. 스스로 인지 하지 못했을뿐).

6 번의 카운슬링으로 인해 우리 커플의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하진 않았지만 배운게 있다면 서로의 어린 시절로 인해 비롯된 코끼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상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카운슬링을 꼭 심한 갈등이 있어야 하는것이 아니라 결혼 생활 중 서로에 대해 더욱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도 된다는 것이었다.

결론: 추천? vs. 비추천?

만약, 내 주위에서 지금 누군가가 배우자 혹은 예비 배우자와 카운슬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할 것이다. 다만, 카운슬러에 따라 상담의 평가가 많이 달라질수 있으니 꼭 잘 알아보고 시작 할 것을 당부한다.

5 Comments

  1. ChaparritaLee

    오오! 카운슬링에서 나눈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ㅎㅎ 같이 살다보면 그 관계 속에서 상대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것도 참 많이 알게되죠. 나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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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RA A.

      언제든지 카운슬링에 대해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요. 맞아! 관계를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아. (완전 공감!) 그리고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육체 건강 뿐 만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이야.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매년 5월이면 Mental Health Month 여서 학생들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는거 같아.(물론, 샌디에고가 5월에 조금 날씨가 흐려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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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ieMarie H

    미국에서는 카운슬링이 정말 보편적이구나… 저는 결혼하고 카운슬링 하자는 얘기듣고 충격받았는데 결국 사회인식이 달랐구나 싶어요. 우리가 가진 편견도 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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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RA A.

      응응, 결혼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때문에 카운슬링 받는 친구들 여럿 봤어. 혼자 힘들어 하는것보다 도움을 청하는게 좋은거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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