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독일이웃들이 코로나19를 대하는 법

‘엄마, 코로나는 전화통화로 옮지 않아요!’

띤군(차파리타Lee의 서방)과 나는 5개월전인 작년 12월 초 하이델베르크로 이사왔다. 곧 전염병이 전세계에 퍼질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때였다. 새로 둥지를 튼 빌라에는 우리까지 포함해 모두 열 가족이 살고 있는데, 내 4년간의 독일 경험에 비춰볼때 모두 유독 상냥하고 친절한 편이다. 대학생 아들과 단둘이 사는 옆집 그녀 D는 멕시칸과 한국인이라는 오묘한 조합을 뽐내는 새로운 이웃이 궁금했는지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리부부를 선뜻 자기집으로 초대했다. 독일엔 어쩌다 오게 되었는지, 하이델베르크는 마음에 드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주제가 자연스레 코로나 바이러스로 옮겨갔다. 그녀는 독일 정부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조치를 충분히 취하고 있지 않고, 많은 독일인들도 너무 안일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한다고 못마땅해했다. 그녀는 자기 조카를 예를 들며, 이럴 때 해외 휴가를 다녀오는 것 자체도 문제인데 조카가 하필 (당시)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티롤(Tyrol)지역으로 휴가를 다녀왔단다. 그녀를 더욱 노하게 한건, 그 조카가 휴가에서 돌아와 여든이 넘은 자기 엄마 (조카의 할머니)를 뵈러 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고령자한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히 위험하다는데도 말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조카의 계획을 듣자마자 엄마에게 전화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철저히 교육(?)시키고 절대 조카를 집에 들이거나 만나지 말라고 당부 또 당부했단다. 근데 교육을 너무 열심히 시킨 탓일까. 그 날 이후 그녀의 어머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옮을까봐 한동안 그 누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단다. (물론 바이러스는 전화통화로 옮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곳으로 휴가를 갔다가 할머니를 뵈러가려 했던 조카도 조카지만 바이러스에 옮을까봐 전화도 받지 않는 어머니라니. 그 ‘나 몰라라’하는 무책임과 불난듯한 과민반응 사이에서 그녀가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그녀는 결국 전화로는 바이러스가 옮지 않으니 제발 연락을 받으라고 엄마를 진정시켜야 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독일에서도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깍쟁이 같은 철저함 VS 걱정스러울 정도의 느긋함

코로나 확산이 날로 심해지면서 한동안은 ‘자기 일 아닌 듯’ 흐리멍텅했던 독일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늘고 장갑을 끼고 장을 보러 오는 사람까지 생겼다.

지나친 자기보호는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코로나 확산이 독일에서도 심각해질 무렵, 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할머니를 도우러 띤군이 나선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다가가자 할머니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매서울 정도로 단호한 손짓으로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의 반응에서는 흡사 띤군이 무슨 무례한 행동이라도 한 것처럼 불쾌감까지 묻어났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도와주려고 나선것이 그런 취급을 받은 것에 조금 충격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접촉제한조치’가 발표된 다음 날, 옆집 그녀D는 기다렸다는 듯 빌라 중앙현관에 입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내붙였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주민들간의 접촉을 최소화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중에도 도움이 필요할 땐 ‘서로 돕자’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와는 조금(아니, 아주 많이) 다른 반응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우리 빌라 꼭데기 층에 사는 이브와 그녀의 파트너 (Lebensgefährte, 보통 결혼없이 함께 사는 관계를 뜻한다. 단어 자체의 뜻은 ‘인생의-Leben 동반자-Gefährte’로 꽤 로맨틱하다) 아담(가명)의 이야기다. 내 기억으로 그들은 WHO 팬데믹 선언 직전에 (당시 독일 내 감염자는 500명이 넘은 상태였다) 인도로 휴가를 떠나 독일의 ‘접촉제한령’이 내려지고 얼마 후 독일로 돌아왔다. 그들이 귀국하고 며칠 뒤 독일 정부는 국경을 봉쇄했다. 아슬아슬한 귀국길이었던거다. 사태가 이렇게 하루 하루 긴박하게 전개될 때 휴가에서 돌아온 그들은 내 걱정과는 정반대로 너무나 여유로워보였다. 우리집 거실창문은 빌라 현관을 바라보고 있어 거실에 있다보면 오고 가는 이웃들과 눈이 마주치곤 하는데, 그날은 이브가 차에서 짐을 내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창문을 열고 그녀에게 휴가가 어땠느냐고 물었다. 이브는 선글라스를 벗어 올리며 ‘너무 좋았어! 얼마나 완벽한 휴가였는지!’ 하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녀는 꼭 딴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았다. 전염병 창궐 같은건 있지도 않은 그런 세상. 근데 그 아우라가 너무 센 나머지 난 그녀에게 휴가 중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 질문이 그녀의 업된 감정에 찬물을 끼얹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바라본 인도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지만 그녀의 반응으로 미뤄보아 별일 없는 것 같아 물어본샘 치기로 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저자의 집 거실창에서는 현관이 바로 보인다
우리집 거실창에서 바라본 현관.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우리 부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녀의 제안이 고맙지만서도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다. 사실 이브와 아담은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고령자’다. 한때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브), 판사(아담)로 활동하던 두 분은 퇴직한지 10년 정도 됐다고 하니 70대 중반 즈음일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감염되는 것도 무섭지만 내가 혹시나 ‘무증상감염자’여서 고위험군인 그들을 감염시킬까봐도 걱정됐다. ‘접촉제한령’도 내려진 상태였다. 옆집 그녀 D를 포함한 다른 빌라 주민들은 현관에서 마주치면 인사도 멀찌감치 떨어져 하곤 했다. 이런 시국에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를 집에 초대한 이브와 아담의 여유로움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쉽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저녁식사 초대는 예의바르게 거절했다.

멕시코에서는 ‘코로나 유머’가 유행한다

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개개인의 성격 차이도 보이지만 문화의 차이도 드러난다.

띤군은 해외에 나와있는 동안 가족채팅방으로 멕시코에 있는 가족들과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 받는다. 가족채팅방에는 부모님, 동생들은 물론 큰아빠, 고모, 사촌들까지 들어와있다. 가족주의 성향이 강한 멕시코의 문화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가족들은 가족채팅방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저런 컨텐츠를 공유하곤 한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인 요즘, 띤군의 가족채팅방에서도 코로나 주제가 제일 핫하다. 한국과 아주 많이 다른 점은 공유되는 내용이 십중팔구는 유머컨텐츠라는 것. 한국인들은 코로나 감염 예방법을 주고받을 때 (주로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이긴 하지만), 멕시칸들은 코로나19의 암담함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들에게 유머는 어쩌면 힘든 일상을, 암울한 실상을 버티기 위한 진통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멕시코의 ‘유머문화’는 다음 회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띤군 가족채팅방에 올라온 유머동영상 ‘코로나 집콕 게임’

코로나 시대’를 살며

코로나19 사태는 그 감염증상 만큼이나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들을 몰고 왔다. 그 수수께끼가 풀리고 치료약과 백신이 나올때까지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 새로운 종류의 불안, 공포와 동거해야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것도, 무조건 다 괜찮아질거라고 낙관할 것도 없다. 책임 있는 시민의 자세로 길고 깊은 호흡으로 장기전을 준비하자.

코로나 이후 독일에서 ‘안녕’보다 더 흔해진 인사말로 글을 끝내본다.

Bleib gesund!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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