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로드트립

지난 주말 샌디에고에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고까지 차로 8시간, 요세미티를 다녀 온 이후 두번째 로드트립이다. 항공편으로 한시간 반이면 도착하지만 미국 전역 코로나 재확산 추세라 고민 끝에 직접 운전을 해서 가기로 했다. 지난 5월 달부터 계획하던 여행이지만 락다운 기간에 이동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계속 미루던 차였다. 그러다 남편의 직장 리로케이션(이전) 고민으로 올해 한번은 샌디에고를 다녀와야 했고 어짜피 가야한다면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다음 날 새벽 6시 반, 차에서 먹을 간식을 가득 담고 샌디에고로 출발했다. 일정은 엘에이에서 점심을 먹고 샌디에고에 오후 3시까지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점심을 먹는 한 시간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달렸는데 두 시간씩 번갈아가며 운전하니 그나마 수월했다. 문제는 외부에서 화장실을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 외부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로 무장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녀왔다. 그렇게 5번 국도를 한참 달려 샌디에고 Del Mar 지역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에 도착했다. 간단한 체크인을 끝내고 어플에 있는 디지털 도어락 기능을 사용해 방 문을 여는 것으로 표면 접촉을 최소화했다.

보라빛 저녁 노을에 반하다

도착한 첫 날은 장거리 운전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금방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에너지 충만한 남편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니요~~~~” (No를 직역) 잠들면 안 된다고 샌디에고에 도착해서 잠만 잘 거냐고 보채어 밖에 나가기로 했다.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하며 나왔는데 15분 달려서 온 곳이 바로 이 곳, 라호야 코브. 이후 3일 간은 이런 노을을 못 봤다. 저녁 노을을 보며 산책로를 걸으니 잠도 깨고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알고보니 이 지역이 샌디에고의 엄청난 부촌이라고 했다. 라호야(La jolla)의 어원 출처는 불분명 하지만 스페인어로 라호야(La joya) 보석이란 의미와 비슷해 스페인어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더라. 아무튼, 보석처럼 빛나는 해변이었다.

Lajolla cove 에서 노을 구경하기

샌디에고 핫플레이스 둘러보기

둘째 날 아침, 호텔 근처 커피샵에서 약속을 잡고 샌디에고에서 거주하고 있는 LARA 언니를 만났다. 3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보고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다른 원더우먼 멤버들도 시간을 내어 조인해서 ZOOM 캐치업을 하고, 언니가 추천해주는 샌디에고 핫플레이스를 구경하러 출발.

첫번째 장소는 UTC 쇼핑몰. 날씨가 이렇게 더울 줄 예상을 못했던터라 (그 주 캘리포니아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 경보가 있었다) 요가복 매장 Lululemon 에 들러 통풍이 잘 되는 상의를 고르고 해변에서 쓸 모자도 똑같은 것으로 맞추어 골랐다. 새로 지은 쇼핑몰이 너무 좋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머무는 시간과 영수증의 길이가 비례할 것 같아(?) 필요한 물건만 고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간 곳은 라호야 쇼어 공원 (La jolla Shore Park). 전날 갔던 라호야 코브 옆에 위치해 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서핑하는 사람들과 늦은 오후 광합성하러 나온 사람들이 모여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야자수 아래 비치매트를 펴고 햇살을 맞으며 여유로운 금요일 오후를 보냈다. 캘리포니아 날씨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자외선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날 정말 많이 탔다. 선스프레이와 지속적인 수분 섭취는 필수 인 듯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됐다. 남편들에게 저녁 장소를 알려주고 우리도 라호야 코브(La Jolla Cove) 에 있는 태국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식사 장소는 Thai Gulf Restaurant. 야외에 의자를 두고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음식도 입맛에 맞아 완벽했다. 무엇보다 처음 만나는 남편 둘이서 대화를 잘 해줘서 다행. 짧은 만남이었지만 반가웠다 🙂

셋째 날, 샌디에고 다운타운 걷기

샌디에고에 도착한 이후 연이어 스케줄을 꽉꽉 채워 빈틈 없이 돌아다녔다. 셋째 날은 리틀이태리(Little Italy)에서 시작해서 해안가를 따라 다운타운 지역 곳곳을 드라이브했다. 다운타운 지역은 흡사 토론토에 온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높은 빌딩에 새로 지은 건물 들로 가득한 시내. 다운타운을 걸으며 ‘우와!’를 남발했다. 거리가 넓고 깨끗해서 말이다. 노숙자는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해 눈에 띄게 적었다. 오후에는 출라비스타(Chula Vista)를 지나 코로나도 섬(Coronado Island) 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하루를 마쳤다.

미국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발견하는 점이 있다. 바로 다리 하나 지나, 혹은 거리 한 블럭 지났을 뿐인데 동네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차이나 타운과 리틀 이태리가 맞물려 있는데 두 동네의 분위기는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아시아와 유럽이 거리를 맞대고 공존하는 기분. 리틀 이태리에서는 에스프레소 까페와 피자 레스토랑이 줄 지어 있고, 차이나 타운에서는 찻집(요즘은 버블티)과 딤섬 테이크아웃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샌디에고 다운타운을 돌아보면서도 셔먼 하이츠(Sherman Heights)골든 힐(Golden Hill) 지역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전자는 오래된 집과 거리 곳곳 노숙자들이 공존하는, 후자는 럭셔리 콘도와 젊은이들, 그리고 힙한 까페들이 줄지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두 동네의 경계선인 94번 마틴루터킹 주니어 프리웨이를 두고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짧고 굵었던 3박4일 여행을 마쳤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왕복 16시간, 최단시간으로 다녀온 장거리 로드트립 경험을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이동이 조심스러워 주유소를 제외하고는 중간에 쉬지 않았던 점이 한 몫 한다.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은 이번 샌디에고 여행으로 달래보기로 한다.

4 Comments

  1. LARA A.

    진짜 운전하느라 수고 많았어~ 나도 덕분에 오랜만에 여행하는 기분이었어!! 샌디에고에 살고 있어서 언제든지 갈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이곳의 소중함을 놓칠때가 있는거 같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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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ieMarie H

      맞아요.ㅎㅎ 근처에 있으면 잘 안 가게 되죠ㅎㅎ
      그 날 날씨와 타이밍이 정말 좋았어요 ♥️ 일요일 떠나기 전 라호야 쇼어 한번 더 갔는데 분위기가 다르더라구요. 일요일에는 가족 위주로 텐트를 설치하고 바베큐를 하고 있었어요. 자리 잡기도 힘들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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