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문 닫기로 했어요”
셧다운이 장기화 되면서 로컬 비즈니스들이 점점 문을 닫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아랫층에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부가 살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20년 넘게 운영해 온 레스토랑을 결국 닫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올해 3월 이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 할 수록 적자를 면치 못했고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SBA Paycheck Protection Program (PPP,급여보호프로그램)을 통해서 몇 달 버텨보았지만 그 마저도 자금이 떨어져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셧다운으로 인해 레스토랑이 떠안게 되는 경제적 부담 예상은 했지만 매달 늘어나는 부채와 고정 지출비의 금액을 듣고나니 자영업자의 스트레스와 재정적 부담이 얼마나 클 지 그 무게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 날 우리는 이웃집 부부의 베란다로 초대 받아 캔 맥주를 하나씩 들고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5개월 간의 심정 변화, 매일 밤 뉴스를 확인하며 셧다운(정상영업중지)이 얼마나 오래 갈 지 예측하던 날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레스토랑 영업 재개만을 기다렸지만 리오프닝 계획이 무기한 연장되었고 더이상 폐업을 미룰 수 없었다고 했다. 7월 중순 예정이었던 레스토랑과 리테일샵 리오프닝 계획은 오늘 기준 8/18일에도 여전히 ‘보류 중’이다.
급여보호프로그램의 임시 반창고 효과
이웃 부부의 경우 셧다운 이후 레스토랑 매출은 75% 줄어들었고 운영할 수록 매달 3만 불의 적자가 생겼다고 했다. 3개월 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 한화로 1억의 부채가 생기는 셈이다. 그동안 어떻게 버텨온 걸까? 올해 4월 트럼프 정부가 미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화 8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찍어서 시장에 풀었는데 그 중 재원지난금이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이다. 이 때 지원고용 비용에 사용하는 대출금액에 대해서는 정부가 빚을 탕감해주기로 하고 6월 30일까지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급됐다. 풀타임으로 고용하고 있던 직원들의 월급은 PPP 대출로 지급했지만 자금은 금방 소진됐고 추가 대출지원이 끊기면서 폐업하는 비즈니스가 잇따라 늘었다고 한다. 정부지원으로 레스토랑 운영은 몇개월 더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적자를 감수하며 버텨 온 셈이다.

수십 년 애정을 갖고 운영한 레스토랑이 자의적인 결정이 아닌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한순간에 없어진다고 생각을 하니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그 아쉬움을 감추며 그들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던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드디어 휴식을 갖게 되었다며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축하해달라고 했다. 다음 계획에 대해서는 물어보진 않았지만 레스토랑을 닫기로 결정한 후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는 듯 했다.
유니언스퀘어 텅 빈 상가 모습 굳게 닫혀있는 유니언스퀘어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손님 대신 마스크를 쓰고 있는 마네킹이 앉아있다 관광객 없는 유니언스퀘어. 리테일 샵이 떠난 상가 자리.
장기간 문 닫은 피트니스 센터
팬데믹으로 영업난을 겪고 있는 건 레스토랑 뿐만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1 제곱마일(2.6 제곱킬로미터)마다 16개의 피트니스 센터가 있을 정도로 미국 전역에서 면적 당 피트니스 센터가 가장 많이 포화 된 도시로 알려져있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에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 크고 작은 스튜디오가 줄 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내 활동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 많은 스튜디오들도 문을 닫았다. 줌(Zoom)이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가 월세와 직원의 월급을 주기 위해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할 터이다.
피트니스 업계가 이전과 같은 월정액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유지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 피트니스 멤버쉽에 가입한 회원의 절반 이상이 더이상 센터를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올해 소노마 카운티에서 피트니스를 개업 한 후 2주 만에 임시휴업에 들어간 한 사업자의 인터뷰를 로컬 뉴스에서 집중 보도했는데 모자를 눌러 쓴 그의 모습은 절망적이고 피폐해 보였다. 중소기업대출을 통해 센터 유지비와 대출이자를 겨우 내고 있지만 머지않아 파산에 처할 위험에 있다며 피트니스 센터가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독일 국적인 그는 ’22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후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이 사라졌다.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고 했다.
실내에서 트레이닝이 불가능하니 스튜디오 앞 인도로 운동기구를 꺼내어 놓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몇 달째 문을 닫고 있지만 상가월세 고지서는 쌓이고 있고, 모든 직원들이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며 운영자는 호소한다. MX3 피트니스를 공동창업한 데이브 카라커(Dave Karraker)는 정부가 피트니스 센터의 영업을 막아야만 하는 과학적 근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12000 제곱피트의 넓은 공간에서 충분히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3월부터 일방적으로 피트니스 센터를 닫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상가주인은 우리에게 이전과 동일한 렌트비를 내도록 요구하고, 시 정부는 레스토랑과 상점을 언제 열 수 있을지만 고민한다. 샌프란시스코 지역경제에 이바지 한 ‘피트니스 업계’에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 지역 피트니스 센터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분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ron4 뉴스 데이브 카라커(Dave Karraker)와의 인터뷰 중 발췌
Photo: Dave Karraker / Co-owner MX3 Fitness Photo: Dave Karraker / Co-owner MX3 Fitness
번복되는 시정부 발표, 경제와 방역 ‘두마리 토끼 잡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웨이트를 하다니. 꼭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야하나 싶다가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운영진 입장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헤어샵과 네일살롱을 몇 달째 가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지만, 뷰티샵을 운영하는 사업체 입장에서는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면 하루하루 당장 의식주 문제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정부 입장에서도 마땅한 답이 없다. 지역사회 공공안전을 생각하면 불특정 다수 인원이 모이는 활동은 제재하고, 실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땀을 흘리고 운동하는 공간인 피트니스 센터는 위험군 장소로 지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지역 비즈니스를 안전하게 오픈 할 수 있을지 갈팡질팡 하는 모습에 자영업자의 불만이 더 크다. 지난 5월 달만해도 곧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거란 희망적인 보도가 나왔기때문에 이번 무기한 셧다운 명령에 자영업자들의 실망은 더 큰 것 같다. 결국 지역 경제냐 시민의 안전이냐,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어떤 업종부터 먼저 오픈 할 것인 지 저울질 하는 사이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소상공인 셧다운에 반발하는 평화시위 공지문구
정말 다들 도시를 떠나고 있나?
셧다운이 해제되고 영업이 재개하면 모든 게 회복될까? 얼마전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질로우(Zillow)에서 발표한 2020 도시-교외 마켓 리포트를 보면 아직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거나 교외로 이주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마이애미, 시애틀, 워싱턴 등 도시에서의 부동산 매물이 줄어들었는데, 유독 샌프란시스코에서만 부동산 매물이 급증했다. 워낙 수요보다 공급이 적었던 곳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에어비엔비로 사용하던 부동산 매물 공실율이 높아져 매물을 팔기로 한 것인지 아무튼 샌프란시스코에서 임대용 부동산 매물도 크게 늘어난 것에 비추어보면 최소한 연말 혹은 내년 여름까지는 예전의 활기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