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노숙자들의 거리두기: ‘도심 속 텐트야영지’ (first sanctioned tent city)

저녁 식사 중 뉴스를 보는데 “노숙자들을 위한 첫번째 텐트야영지가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드론 항공샷을 찍은 사진을 보고 나랑 남편의 눈이 마주쳤다. 시청 광장에 자로 잰 듯한 하얀 직사각형이 6ft 간격을 두고 그려져 있었고 그 위로 각양각색 텐트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흡사 난민촌 같았기 때문이다.

뉴스가 나오자마자 이 ‘텐트시티’가 무엇인지, 그리고 추가적으로 다른 동네주차장이나 공터에 추가 설치된다고 하는데 후보지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그 동안 정부는 노숙자 불법 텐트야영지를 철거하는 작업을 수시로 진행해왔는데 코로나19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노숙자들을 별도 관리하기 위해 이렇게 합법적인 텐트야영지를 마련한 것이다. 이 곳에서는 삼시세끼 음식도 제공하고 별도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마련해두어 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첫번째 야영지에는 70여개 남짓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미국 전체 노숙자의 25%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고 주정부가 돈을 쓰면 쓸 수록 악화되고 있는 홈리스(homeless) 이슈는 미국 공공정책의 난제다. 매해 언급되는 노숙자 문제가 이번에 다시 주목을 받은 건 코로나19 확산 초기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갈 곳 없고 위생 환경도 지키기 힘든 노숙자들이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면서 주정부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한 방안을 새롭게 내놓았다.

두번째 합법 텐트야영지로 지목된 동네 Haight Ashbury 의 거리. 이 곳은 히피문화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노숙자 격리를 위한 호텔방 제공

텐트 야영지가 마련되기 전에 이미 노숙자들 사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했다는 조짐이 있었고 정부는 어떻게 하면 노숙자들을 격리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첫번째 방안은 도시 내 공실 호텔을 정부가 빌려서 격리 시설로 사용하는 것이다.

올해 4월 15일 NPR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마련한 2000여개의 호텔에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를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이 달 말까지 노숙자를 위한 7000여개의 호텔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카운티 정부 내 입법기관인 샌프란시스코 감독위원회 (San Francisco Board of Supervisor)에서 만장일치로 긴급 조례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추가로 노숙자들을 관리하고 코로나19 확진자를 병원으로 수송하는 최전선 스태프를 위한 호텔방도 1250 여개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8천 여개가 넘는 호텔 방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이 매달 한화 720억이 넘게 든다고 예측한다.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나 계산을 해보니 1인당 호텔비에 하루 평균 $235 를 지출하는 비용이다. 감독위원회는 입법안을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의 최대 93.75% 까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과 캘리포니아 주지사 비상 서비스 사무소에 배상 요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4월 23일자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중 “4천 여개의 호텔룸을 이미 확보했다”고 대답하는 샌프란시스코 메이어 런던 브리드 시장.

About 2,500 units are for the City’s most vulnerable populations: a majority of those are for people experiencing homelessness, with some also occupied by marginally housed persons.

출처: https://data.sfgov.org/stories/s/COVID-19-Alternative-Housing/4nah-suat

어느 호텔이 참여하는 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로컬매체 Curbed San Francisco 에 따르면 포시즌스 호텔, 인터컨티넨탈, 더 세인트 레지스 등 5성급 호텔도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호텔이나 RV 배치를 받지 못한 남은 노숙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정말 복잡한 문제다. 수용 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시설 안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없어 거리에서 텐트를 치는 것이 더 낫다는 노숙자도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격리하고 있는 노숙자들의 강제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한적으로 알코올과 의료용 마리화나를 제공한다는 얘기도 있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들이 격리를 참지 못하고 무단 이탈을 하게되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노숙자 문제가 왜 계속 악화되고 있는지, 이해당사자 간의 논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FORTUNE 기자가 쓴 글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안전 캠프’ Safe Sleeping Village 조성

노숙자를 위한 호텔방 제공은 그 중에서도 취약계층에게 우선부여되는 혜택이다. 아직도 도시 곳곳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호텔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해당사항이 안된다. 우리는 여전히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고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한다” 라며 젊은 노숙자가 호소한다. 그래서 다음으로 정부에서 생각한 방안이 버려진 공유지에 ‘안전캠프'(“First sanctioned tent city”)를 조성하는 것이다.

더 많은 ‘안전캠프장’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공터를 찾고 있지만 현지 주민과의 갈등으로 쉽지 않아보인다. 두번째 캠프장은 골든게이트파크 옆 Haight Ashbury 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5월 중순 미디어에 보도 된 이후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야영장의 사방이 높은 천으로 가려져있다.

앞서 언급한 혜택은 기존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들에게 우선적용되며, 다른 지역에서 온 노숙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기존 샌프란시스코에 ‘unsheltered resident’ 로 등록된 노숙자에게 먼저 혜택이 돌아간다는 거다. 예를들어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전에 윗 동네 오클랜드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은 오클랜드 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이러니한 문제다. 애초 집이 없어서 (‘unsheltered’)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인데 지역 별로 노숙자를 구분해야 하니 말이다.

기사가 보도되고 노숙자가 밀집 된 텐더로인(Tenderloin)과 시청을 지나간 적이 있는데 노숙자들의 거리 위 주거환경이 더 열악해보였다. 정부의 시도가 임시 반창고 역할을 할 뿐이라는 비유가 맞는 것 같다. 임시 텐트나 소수만 혜택을 받는 단기숙박이 아니라 더 많은 노숙자를 수용할 수 있는 쉼터 마련이 절실 해 보인다.

참조:

 

One Comment

  1. ChaparritaLee

    매달 한화 720억원이라니.. 그 정도 예산이면 임시 숙박이 아니라 아예 노숙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것도 가능할거 같은데.. 그럴만한 예산이 있었다면 일찍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놨었다면 좋았을것을.. 정부도 사람이 하는 거라 문제가 코앞에 닥쳐야 하곤 하죠. 힘든 사람들 돕는건 긍정적이지만 어째 호미로 막을거 가래로 막는 느낌이라 씁쓸하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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