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나엘이를 임신한지 41주 하고 3일째 되던 날, 진통은 진통대로 10시간 반을 하고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속상한데 뱃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나엘이가 태변을 싸버렸고, 그걸 양수와 함께 먹는 바람에 나엘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 품이 아닌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했다. 우리 가족에겐 그야말로 말도 못하게 힘들었던 시간…!
나엘이의 상태는 쉽사리 좋아지지 않아서 결국 2주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그동안 난 수술한 몸을 이끌고 매일 병원을 왔다갔다, 한 번 가면 4, 5시간씩 있곤 했다. 그래서인지 출산하고 나서 골반, 허리,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사실 아파도 출산을 겪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했다. 그러다가 그냥 놔 두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건 요가를 다시 시작했을 때였다. 특히 골반 통증은 유난히도 심했어서, 가벼운 스트레칭만 해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고, 이전에는 쫙쫙 잘도 열리던 골반이 그것의 반의 반 만큼도 안 열리는 것이었다. 통증에 식겁, 급 사라진 유연성에 또 한번 충격..
그래서 출산 전후로 몸 관리를 도와주던 헤바마(독일의 산파)에게 문의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권유받은 것이 바로 Osteopathie, ‘오스테오파티’다.
‘오스테오파티’라.. 물리 치료인가? 하고 물으니 물리 치료랑은 조금 다르단다. 한국어로 뭐라고 부르나 네이버에 쳐보니 정골整骨치료, 도수徒手치료 이런 명칭이 나온다. 그러니까, 대략 ‘맨손으로 뼈를 맞추는, 혹은 교정하는 치료’다 이건가?
구글에 검색해보니 독일에서 출산하고 나서 많이들 받는 치료인가보다. ‘맨손 교정’이라, 꽤 매력적이다. 요가랑 닮았다랄까.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헤바마에게 추천받은 도수 치료원에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무.려. 두달을 기다려 도래한 진료일. (기다리다가 골반 다 낫는 줄 ㅎ) 예약을 잡은 곳은 하이델베르크의 도수 치료센터, Zentrum für Osteopathie Carton-Stentzel 다. 도수 치료 예약 잡기 어렵다더니 진짜 오래 기다렸다. 내 치료를 도와주실 분은 바로 ‘박스Carton’ 치료사님이시다. (Carton은 독일어로 ‘박스’)
치료실에 들어가 ‘박스’ 치료사님에게 출산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현재 증상은 어떠한지 설명하고 치료 침상에 누었다. 내 다리를 잡고 몸통을 이리저리 돌리는 등 찬찬히 살펴보던 ‘박스’ 치료사님은, 내 골반이 틀어져있으니 그것부터 교정하자 한다. 이것 때문에 다른 통증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골반 교정! 오래 전부터 꼭 받아보고픈 치료였다. 옳다구나 오케이 싸인을 보내자 박스 치료사님은 내 골반과 몸통 사이 어딘가에 양손을 끼워넣더니 묵직한 압력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을 같은 곳을 꾸욱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위치를 바꿔 또 꾸욱. 손을 뗀 자리는 치료 받고 한참이 지나서까지도 뻐근했다.
사실 치료 과정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었지만 함께 간 나엘이가 내내 울고 보채는 바람에 치료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인상 깊었던 건, 엄마인 나는 우는 나엘이가 안 달래져서 당황해하며 진땀 빼는데 ‘박스’치료사님은 오히려 치료를 하면서 너무나 여유롭고 능숙하게 나엘이까지 달래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달래는 건 어째 별 효과가 없고 치료사님이 오구오구 하며 주의를 끄니까 울다 말고 쳐다보던 나엘이. (엄마 체면 구겻…)
그렇게 어찌어찌 치료가 끝났다. ‘박스’ 치료사님은 내게 치료 예후가 좋을 거라고 했다. 내가 활동적인 편이라서 내 몸이 새 정렬에 금방 적응을 할거라나. 그래서 몸이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한 두달 뒤에 다시 와서 체크업하기로 했다.
상담 시간을 제외하면 치료 시간이 한 20분 정도 됐을까? 이렇게 짧은 치료로 (그리고 뭐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교정이 될까 싶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치료를 받고 2, 3일 뒤에 골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스트레칭할 때 통증은 줄고 유연성도 확실히 회복된 게 보였다.
그래서 두달 뒤 체크업 때에는 허리 통증 위주로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고 한달 즈음 지났을까. 잊고 지내다 문득 돌이켜보니허리 아프던 게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출산 후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눈에 띄게 좋아진 건 아무래도 치료 효과가 아니었을까?… 싶지만서도, 치료 내용이 너무 별거 없었어서 그 효과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것이 솔직한 마음. 어찌됐건 체험적으로는 두번 다 효과를 보았던 독일의 도수 치료였다.
*가정의Hausarzt로부터 진단서를 받아 도수 치료를 받아서 공보험인 TK로부터 치료비의 40%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