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코로나 셧다운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하면서 거의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살아왔다. 주말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친구들과 산책하는 것 외 불필요한 만남은 되도록 안만들려고 했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의 모든 삶은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싶어도 2년 넘게 한국을 가지 못했다… 이제는 한국이 참 그립구나…
약 2주전, 남편과 나는 동시에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첫 증상은 목 상태가 안좋아지면서 콜록콜록 마른 기침을 하기 시작한 것. 그때 마침 남편네 가족은 우리를 잠깐 방문하러 와있었고 3일만 머물다 다시 돌아갔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기라고 생각했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독감이라고 믿었다. 2일째 목이 너무 아파서 우리는 집에 있는 홍콩 니지옴 시럽약을 마시면서 따끔함을 달랬다. 어렸을때 싱가포르, 홍콩에 자라면서 기침약으로 엄마가 홍콩 닌지옴 시럽약을 먹였는데, 지금도 감기 걸릴때마다 그 시럽을 한 스푼씩 마시면 몸이 나아지는 기분이다. 약초, 한방 성분이 많이 함유되있고 살짝 쌉쌀하면서 달고 민티한 맛이 난다. 미국에서 아시안마켓에 홍콩 니지옴 시럽약을 파는 것을 알고 항상 집에 한 병을 두고 있다. 지난번 감기증상이 있는 한국친구가 집에 놀러왔을때 홍콩 니지옴 시럽약을 먹였더니 목이 좋아진것 같다고 하면서 한 통 사갔다. 미국 시중에 파는 cough syrup중에 홍콩 니지옴이 최고인 것 같다.

3일째 남편의 체온이 갑자기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면서 온도기로 재봤더니 39도로 나왔다… 사람의 평균 체온은 36.5~37도인데 높게 나왔다…! 남편은 두번 정도 심한 열기가 있었고 몸이 너무 아파서 침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나는 열기가 없었지만 코가 막히기 시작했고, 4-5일째 냄새와 맛을 잃기 시작했다. 단맛, 짠맛, 매운맛… 뭘 먹어도 맛이 없었다. 너무 답답해서 부대찌게를 끓여서 식사를 차렸더니 남편은 음식이 너무 달고 짜고 맵다고, 우리 둘다 아픈데 왜 치킨스프 안만들고 자극적이고 소화 안되는 음식을 만드냐고 버럭 화를 냈다. 남편 말이 맞긴한데 맛이 안나니까 답답하고 간 맞추기도 어렵고… 우리는 아프면서 밋밋한 치킨스프만 먹고 있었는데 맛이 없으니까 180도 다른 부대찌게가 끌렸던 것이다. ㅎㅎ 따라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몸살이 나면서 피곤함을 느낄때가 종종 있었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는 20-30대 감기걸린적이 없었고, 특히 독감 걸린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코로나의 증상들과 매우 비슷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설마… 코로나…?
나는 다음주 10월 첫주부터 다시 일터에 나가기로 계획이 잡혀있었다. 우리 회사는 2년반 넘게 재택근무를 진행해왔고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일을 flexible하게 하면서 남편과 강아지랑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사회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재택근무를 더 즐기지만 어느순간 모두 흔히 말하는 Zoom fatigue이나 burnout을 느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의 water cooler talk (정수기 주변에서 물 마시러 모였다가 동료끼리 가볍게 나누는 대화), 그리고 소소한 직장 파티들이 그리워졌다. 다시 회사를 돌아간다는 마음에 설레였는데 뭔가 코로나가 걸린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찝찝해서 코로나 테스팅을 예약했다.
테스팅한 다음날, 결과가 나왔다고 직장 healthcare provider (의료인)에서 연락이 왔다. 예상했던대로 양성이 나왔고 증상 8일째였다. 간호사분이 코로나 양성 판정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오늘부터 1주일간 집에서 격리를 시작해야된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격리가 짧아서 이상했는데 더 이상한건 격리가 풀리면 검사없이 다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복귀할 수 있다는 것. 코로나 관리 체계가 엄격한 한국이나 홍콩 같은 경우 양성 판정을 받으면 어느 생활치료센터에 가서 최소 2주 격리를 해야한다. 미국에서는 증상 첫날을 격리 시작일로 잡고, 정부나 조직에서 격리를 감시하지 않는다. 앱을 깔고 위치 추정하는 건 미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전화를 준 간호사는 친절하게 격리절차를 설명하고 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는 선에서 지난 1주일간 누구랑 접촉했고 어디 방문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고 직장이 아닌 사람들이나 장소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나에게 격리가 풀린 후 건강이 회복되면 백신까지 맞았기 때문에 장기적 항체 면역 (미국에서 super immunity 라고 함)이 생기면 다시 코로나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기 같은 증상이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기가 어렵다는 것. 하지만 증상 첫날부터 90일내 테스팅을 자제하라고 말해서 의아했다. 이유는 코로나가 항체에서 아직 검사가 되기 때문에 거짓양성이 나올 확률이 높고 전염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염자인 내가 아직 음성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뭔가 사람들과 교류하는건 찝찝하고 불편했다. 남한테 피해주고 싶지 않고 왠지 눈치 보이고… 일단 모든 스케줄은 2-3주 뒤로 미뤘고, 직장 상사에게 재택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역시 미국에서는 개인의 안전은 개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빨리 퍼질 수 밖에 없고 정말 이대로는 집단면역으로 발전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를 방문했던 남편 가족이 걱정이 됐었는데 다행히 돌아가서 아무 증상 없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어머니랑 남동생은 작년말 심한 감기 증상이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증상들이 다 사라졌다. 이제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입맛이 돋는다. 백신을 맞아도 미국에서는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 이번 계기로 마스크 착용을 더 잘해야 될것 같고 건강을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면 남편 외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 살면 가장 괴로울때가 아플때다. 모두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넘 수고했어 ㅜㅜㅜ 백신 맞아도 델타변이 바이러스는 어쩔 수가 없나봐…. ㅜㅜ 부대찌개 먹고싶을만 했겠다 정말!!! 개인적으로 면역 키우는 방법 밖에 없을 듯. 다들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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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것이 진짜였구나! 그래도 잘 회복해서 다행이야. 코로나로 잃은
미각 때문에 부대찌개를 끓였는데 치킨스프 아니라고 버럭한 제프리.. ㅎㅎ 여기서 나 빵 터졌어, 너무 있을법한 현실 부부 모습.. ㅎㅎ아픈데 밥까지 직접 해먹느라 더 힘들었겠다! 할튼 건강이 최고야. 이제 아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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