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버터를? 국제부부 3년차 문화차이 극복기 -ING

다음 달이면 결혼 한 지 3주년이 된다. 🍾 벌써 3주년이라니!

국제연애부터 결혼하기 까지, 2세대 캐나다인 (어머니는 그리스계, 아버지는 마케도니아계 캐나다인이다)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살면서 문화차이는 없어?” 였다. 국제커플에게 향하는 공통적인 질문인 듯 하다.

물론 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있어 큰 장애물은 아니다. 단지 살다가 하나씩 발견하는 나를 보면서 ‘아, 우리가 이런 점에서 다르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다. 그게 남녀의 차이인지 아니면 살아온 문화와 배경이 다르기 때문인지 아리송하긴 하지만.

연애할 때는 문화차이를 크게 체감하진 못했다. 한국-미국 간 장거리를 했고 주로 영상통화와 메신저로 얘기하다 보니 직접 부딪치며 겪는 갈등은 없었는데 역시나 살아보면 다르다.

나에겐 너무나 느끼한 버터밥

신혼 초기 주방에서 우리의 기싸움은 밥에 버터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기싸움’이라니 과장 된 부분이 조금 있지만, 나는 갓 지은 흰쌀밥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조미료가 들어간 밥을 좋아한다. 알고보니 지중해 식 쌀밥은 ‘버터와 소금’을 꼭 넣더라. 남편이 전기밥솥에 올릴 씻어진 밥 아래 감자를 한층 깔고 버터를 넣어서 밥을 짓는 걸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타협하기로 한식에는 꼭 (버터없는) 쌀밥을. 퓨전식은 볶음밥으로 요리하고 있다. 지금은 쌀밥이 주, 남편은 식빵이나 바게뜨로 탄수화물을 대신한다. 가끔 찌개를 쌀밥 없이 먹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인 나로서는 신기하다.

부부 카운셀링? 나에겐 너무나 불편한 상담.

결혼 초기에 서로 생각이 달라서 갈등이 많았다. 우리의 뇌의 회로는 대체 어떻게 다르길래 생각하는 논리가 이렇게 다를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해관계에 충돌이 생길 때면 나는 한동안 침묵하는 스타일이고 남편은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길 원한다. 서로의 주장과 이해방식이 다른 데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까. 내가 받았던 문화적 충격은 결혼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서 남편이 ‘부부 카운셀링’을 제안했을 때다. 나에게 ‘부부상담’이란 오랜 기간 성격차이로 갈등이 깊어졌을 때, 둘이서 해결하지 못할 때 찾아가는 마지막 선택지였다.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심리상담을 받거나 카운셀링을 받는게 자연스럽다. 제3자의 도움으로 상담을 받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면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결국 상담은 받지 않았다. 그런 제안을 들었을 때 둘이서 충분히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했다.

여담으로 나는 동물 공포증이 있는데 그 때에도 남편은 공포치료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카운셀링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말인데… 부부상담 꼭 필요한 걸까?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서로의 다른 점을 하나씩 받아들이고 그냥 맥주 한 잔 마시며 털어놓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4 Comments

  1. ChaparritaLee

    부부 카운슬링! 나도 읽으면서 놀랐어요.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많이 다르구나- 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리가 이것 저것에 참 많은 편견을 갖고있구나 하는 생각. 한국사람들이랑 이런면에선 은근히 비슷한 우리 멕시칸 남푠은 부부 카운슬링에 대해 아마 저희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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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ieMarie H

      아, 추억의 음식이네요. 갓 지은 쌀밥에 장아찌와 버터의 조합! 저도 덩달아 친정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을 떠올려보게 되었어요. 저는 마가린에 볶아서 만들어주셨던 김치볶음밥이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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